베리

입 속의 검은 잎

yegreena 2022. 10. 13. 10:46

미술시간작품100- 아이패드 -  빈 집 (기형도 시인) (220611토)///

29세에 요절한 기형도 시인(1960~1989년)의 유일한 유고 시집인 입 속의 검은 잎을 어느 날 읽고 우울한 깊은 상념에 잠긴 적이 있었네요.

기형도 시인이 자주 언급했던 먼지와 안개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삶의 본질인 어두운 면을 먼지와 안개가 덮고 있어 우리에게 보이는 삶의 아름답고 밝은 면들이 어찌 보면 허상일 수 있다는 암시를 주네요.

빈집을 읽다 보면 이별 후 인간 내면의 깊은 슬픔과 절망 그리고 분노를 군더더기 없이 적나라하게 묘사한 부분에 깊은 공감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선조들의 지혜로운 말씀을 되새겨보면서 나를 옭아매는 빈집을 언젠가는 박차고 나와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애써 외면할 필요 없이 "삶은 희비극"이라는 폭넓은 시각으로 각자 후회 없는 인생의 작품을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 기형도 문학관 :  신문기자, 시인으로 활동했던 기형도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문학관으로 2017년 11월 경기도 광명에서 개관하였다. 기형도는 1989년 시집 출간을 준비하던 중 29세의 나이로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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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시집

그로테스크한 역설의 미학
그의 시가 곧 그의 의식이자 삶
역설은 글로 이해하는것이 아니라 삶으로 체험하는 것

기형도 시집 시 문학과지성사 현대시 카페 커피 아메리카노 독서 북 북📚 책 책📚

📚입 속의 검은 잎 -기형도

🔖가난한 아버지, 그의 치유될 길 없는 병, 위태로운 어머니, 그녀의 삶을 위한 발버둥, 그리고 부모들과 서로들에게서 소외된 아이들, 그들의 배고픔. 그의 유년 시절은 가난의 공간으로 채워져 있으며, 당시의 그는 그것을 무서움.괴로움으로 받아들이나, 커서는 그리움으로 받아들인다.
또한 그의 도저한 자기 인식은, 젊어서 이미 지나치게 늙어버린 희귀하게 예민한 사람의 자기 인식이다. 이미 늙은 시인에게 남은 것은 죽음뿐이다.
- 해설 중에서

🖋유년시절의 가난과 사랑의 상실, 부조리하고 폭력적인 현실. 그로인한 죽음과 절망, 불안과 허무 등을 그린 어두운 느낌의 시.

📖입 속의 검은 잎

택시 운전사는 어두운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이따금 고함을 친다, 그때마다 새들이 날아간다
이곳은 처음 지나는 벌판과 황혼,
나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그를 생각한다

그 일이 터졌을 때 나는 먼 지방에 있었다
먼지의 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문을 열면 벌판에는 안개가 자욱했다
그해 여름 땅바닥은 책과 검은 잎들을 질질 끌고 다녔다
접힌 옷가지를 펼칠 때마다 흰 연기가 튀어나왔다
침묵은 하인에게 어울린다고 그는 썼다
나는 그의 얼굴을 한 번 본 적이 있다
신문에서였는데 고개를 조금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일이 터졌다, 얼마 후 그가 죽었다

그의 장례식은 거센 비바람으로 온통 번들거렸다
죽은 그를 실은 차는 참을 수 없이 느릿느릿 나아갔다
사람들은 장례식 행렬에 악착같이 매달렸고
백색의 차량 가득 검은 잎들은 나부꼈다
나의 혀는 천천히 굳어갔다, 그의 어린 아들은
잎들의 포위를 견디다 못해 울음을 터뜨렸다
그해 여름 많은 사람들이 무더기로 없어졌고
놀란 자의 침묵 앞에 불쑥불쑥 나타났다
망자의 혀가 거리에 흘러넘쳤다
택시 운전사는 이따금 뒤를 돌아다본다
나는 저 운전사를 믿지 못한다, 공포에 질려
나는 더듬거린다, 그는 죽은 사람이다
그 때문에 얼마나 많은 장례식들이 숨죽여야 했던가
그렇다면 그는 누구인가, 내가 가는 곳은 어디인가
나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디서
그 일이 터질지 아무도 모른다, 어디든지
가까운 지방으로 나는 가야 하는 것이다
이곳은 처음 지나는 벌판과 황혼,
내 입 속에 악착같이 매달린 검은 잎이 나는 두렵다

📖질투는 나의 힘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워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기형도 문학과지성사 시집
내희망의내용은질투뿐이었구나
단한번도스스로를사랑하지않았노라
북 책 북리뷰

밤새워 호루라기 부는 세상 어느 위치에선가 용감한 꿈꾸며 살아있을
그대. 잘 가거라 약기운으로 붉게 얇은 등을 축축이 적시던 헝겊 같은
달빛이여. 초침 부러진 어느 젊은 여름밤이여.
가끔은 시간을 앞질러 골목을 비어져나오면 아,
온통 체온계를 입에 물고 가는 숱한 사람들 어디로 가죠? (꿈을 생포하러)

비가 2–붉은 달, 기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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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책 시집추천 기형도 질투는나의힘

.
위로
작은당나귀
김예인_글.그림
느림보
기형도
숲으로된성벽

문학과지성사

*
강의를 준비하다
꺼내든
그림책 "작은 당나귀"와
기형도 시
그리고, 오래 전에 써놓은 글.

구름이나 공기처럼
소리 없는 이들만 들어갈 수 있는
신비한 숲속의 성
.
.
들어갈 수 있을까?
.
.
.
구월바람과햇살
작살나무열매
내곁에언제나그림책
고마워그림책

『기형도 산문집』, 도서출판 살림, 1990

1989년 문학과 지성사에서 기형도 최초의 시집 입 속의 검은 잎이 나온 뒤, 그로부터 1년 뒤 형 기애도가 엮어낸 기형도 최초의 산문집입니다.

첫 장을 펼치면 짧은 여행의 기록에 수록된 기형도가 직접 쓴 한 면의 노트를 볼 수 있습니다. 그의 글씨에서, 얼마 남기지 않은 여백에서 쉬 꺼지지 않을 강인한 생명력을 느낍니다.

대부분의 글들이 전집에 실렸을 거라 생각하지만 원재길 작가의 소회와 몇몇 처음 보는 사진들이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저는 지금 전집이 없어서 본문 내용과 비교해볼 수 없지만, 그의 전집을 곁에 두고 계신 분이라면 차례를 사진에 더했으니 한 번 비교해보면 재밌을 것 같네요.

책은 북셀러에 있습니다📚
오셔서 구경하고 가세요
서점은 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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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나에게 남기는것
텅장 비우기 책왔다 📚
이번엔 시집 을 왕창 봐뒀는데 많이 자중했다
계절산문 박준
모래알만한진실이라도 박완서
물고기는존재하지않는다 룰루밀러
어딘가 있을지도 모르는 기형도
당신은언제노래가되지 허연
여름언덕에서배운것 안희연
숲의소실점을향해 양안다

오늘은 퇴근 후 시쓰기 수업 가는 날

아는 시인의 이름을 손에 꼽을 정도로
시에 대해서는 그다지 아는게 없지만

가장 기억나는 시를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고등학생때 읽고 아주 강하게 뇌리에 박힌
기형도 시인의 '안개'가 있다.

어제 밤 책장을 뒤지다 예전에 사놓은 책을 찾고
침대에서 뒹굴거리면서 다시 이 책을 읽었다.

시집 출간을 앞두고 만 28세에 요절하여서
이 시집이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이다.

무엇보다 마광수 교수가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시
단독 예심위원으로 그를 뽑았다고 하는데
마광수 교수의 에세이에도 이런 일화가 나온다.

문득 그가 요절하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있으면
그리고 영화를 만드는 일을 택했다고 한다면
한국의 기예르모 델 토로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밤 늦은 시간, 특히 쌀쌀한 날씨에 읽으면 좋겠지만
오늘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햇빛을 받으면서
하루를 시작하며 읽는것도 묘하게 어울리는 책

이 시를 처음 읽고 받았던 느낌 그대로
고등학생때가 생각난다.

기형도 문학과지성사
기예르모델토로 아니면 장피에르주네
북 📚

.
겨울, 우리들의 도시
기형도

​지난 겨울은 빈털터리였다
풀리지 않으리란 것을, 설사
풀어도 이제는 쓸모없다는 것을
무섭게 깨닫고 있었다. 나는
외투 깊숙이 의문 부호 몇 개를 구겨넣고
바람의 철망을 찢으며 걸었다.

가진 것 하나 없는 이 세상에서 애초부터
우리가 빼앗을 것은 무형의 바람뿐이었다.
불빛 가득 찬 황량한 도시에서 우리의 삶이
한결같이 주린 얼굴로 서로 만나는 세상
오, 서러운 모습으로 감히 누가 확연히 일어설 수 있는가.
나는 밤 깊어 얼어붙은 도시 앞에 서서
버릴 것 없어 부끄러웠다.
잠을 뿌리치며 일어선 빌딩의 환한 각에 꺾이며
몇 타래 눈발이 쏟아져 길을 막던 밤,
누구도 삶 가운데 이해의 불을 놓을 수는 없었다.

지난 겨울은 빈털터리였다.
숨어 있는 것 하나 없는 어둠 발부리에
몸부림치며 빛을 뿌려 넣는 수 천의 헤드라이트!
그 날(刃)에 찍히며 나 또한 한 점 어둠이 되어
익숙한 자세로 쓰러질 뿐이다.
그래, 그렇게 쓰러지는 법을 배우며 살아남을 수 있었다.
온몸에 시퍼런 절망의 채찍을 퍼붓던 겨울 속에서 나는!

​기형도 전집 기형도, 문학과 지성사, 1999

·····
생각은 동시에 떠오른다. 쏟아지는 빗줄기와 날이 선 그림자의 윤곽 사이로 또 다른 그림자가 겹쳐진다. 하나는 웃고 하나는 울고 있다. 하나는 경로經路 속에 하나는 경로 밖에 있다. 멀리 빗물로 얼룩진 쇼윈도 너머의 백열등이 아스피린처럼 나를 눕힌다. 비로소 그림자와 내가 하나가 된다. 그리고 생각은 동시에 떠오른다. 지난 겨울처럼 다가올 겨울도 나는 다르지 않을 것이다. 끝내 하고 싶지 않은 말, 하고 싶지 않은 생각을 놓을 수가 없다. 비가 그치기도 전에 나는 접힌다. 그리고 버려진다.

누가 나의 이름을 펼쳐 이 빗속을 걸어 갈 것인가

기형도전집 기형도 겨울우리들의도시

가을 어디갔어

📖"살아 있으라, 누구든 살아 있으라.
턱턱, 짧은 숨 쉬며 내부의 아득한 시간의 숨 신뢰하면서
천국을 믿으면서 혹은 의심하면서 도시, 그 변증의 여름을 벗어나면서."

-기형도 詩 비가 2 ─ 붉은 달 중에서

🟡기형도, 奇亨度, 1960-1989. 🔵기형도, 입 속의 검은 잎(문학과지성사, 2005), 참고.⚪️

기형도 비가 2 붉은달 詩
문학과지성사 시집
디디스온니 D가D에게 時

습관이란 무서운 거야, 그건 우리들의 의식을 멋대로 구속하거든.

비오는 한글날 망원동 독립서점 가가77페이지 문 열었습니다. ☔🙌 오늘 책방을 열며 읽어보는 시집은 기형도 시인의 입 속의 검은 잎입니다.

-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희망을 노래하련다
마른 나무에서 연거푸 물방울이 떨어지고
나는 천천히 노트를 덮는다
저녁의 정거장에 검은 구름은 멎는다
그러나 추억은 황량하다, 군데군데 쓰러져 있던
개들은 황혼이면 처량한 눈을 껌벅일 것이다
물방울은 손등 위를 굴러다닌다, 나는 기우뚱
망각을 본다, 어쩌다가 집을 떠나왔던가

'정거장에서의 충고' 중

망원 망원동 망원시장 독립서점 동네책방 가가77페이지 한글날 기형도

늘 옆에 있을 것만 같아 투정만 부리는~

내일은 어버이날,
하루라도 찾아가 얼굴 뵙고 오세요!!

광명문화재단 기형도문학관 기형도 kihyungdo kihyungdoliterarymuseum
광명시오리로268

책 기형도

50쪽
《질투는 나의 힘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군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짦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공부해라는 말은 잔소리로 들렸고, 하루하루 의미 없는 생활속에 식충이로 생활하다, 심심해서 펼처본 책은 왜 이리 두꺼운지, 베개 삼아 누우니, 잠은 꿀맛이다. 기형도 시인처럼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해매지도 않았고 나또한 사랑하지 않았다.

우연인지, 휠체어에 앉아서 저편 웃음을 띤 학생들의 등교길을 보니, 나에 대한 죄책감에 이제 벗어나자고 속으로 되뇌였지만 현실은 변한게 없었다.

미칠듯한 질투가 내 안에서 자라면, 새로운 삶이 찾아오겠지.
질투는 나의 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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